교육부는 지난 12일, 중·고교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전국 대학가에서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반대 움직임은 교수들과 학생들 양측에서 각각 일어나고 있다.
연세대학교를 시작으로 20여 개 대학 역사 및 인문학 관련 학과 교수들이 차례로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집필 거부뿐만 아니라 규탄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대학교수들을 포함해 수백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국역사연구회와 한국근현대사학회도 집필 거부를 선언한 상태이며 다른 역사 관련 학회도 그 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학생들도 나서고 있다.
지난 16일에 전국 24개 사범대 학생회와 전국교육대학생연합 등 미래에 교사가 될 대학생들이 단체로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데 이어 서울대 사회대, 고려대 정경대, 연세대 사회과학대 등 주요 대학 사회계열 단과대 학생회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어 연세대, 고려대, 한국외대 등 10여 개 대학에서 총학생회 명의로 반대 선언에 동참하고 있으며, 그 수는 계속 늘어가고 있다.
일반 학생들도 각자 자신의 대학 캠퍼스에 대자보를 써서 붙이는 방법으로 동참하고 있고, 서울에서는 대학생들이 주도하여 광화문광장 등지에서 1인 시위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 대학과 자주 비견되는 KAIST의 경우 일반 학생의 대자보로 시작하여 현재 300명 이상의 연서명이 모였으며, 총학생회는 반대 선언을 위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책투표를 할 지에 대해 논의 중이다.
2015.10.17일 20시 기준 총 338명의 학우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연대 성명에 함께하실 학우들은 댓글 남겨주세요.널리 공유 부탁드립니다...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
Posted by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Kaist 학생 공동 성명 on 2015년 10월 17일 토요일
우리 대학은 어떨까?
학내에 아직 국정교과서와 관계된 적극적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교수사회의 경우, 한국사를 전공한 전임교원이 우리 대학에 단 한 명뿐이고, 이 교수는 이미 소속 단체인 한국근현대사학회가 집필 거부를 선언했기 때문에 별다른 움직임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사회의 경우 페이스북 '포항공대 대나무숲'에 국정교과서 찬성 글이 한 번 올라와 다수의 댓글로부터 비판을 받았을 뿐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기사가 나간 후 '청암 굴다리'에 대자보가 붙어 있다는 독자 제보가 있었다.)
참고: [포토뉴스] '청암 굴다리'에 국정교과서 반대 대자보
총학생회는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
우리 대학은 학생사회가 사회적인 문제에 거의 목소리를 내지 않아왔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으로 '공대'라는 점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대학가의 움직임에서도 교육대·사범대와 사회대가 현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타당한 의견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최고의 이공계대학을 표방하고 실제로 대학순위에서 항상 3위 안에 들며 단연 한국 최고의 지성이라 할 수 있는 포스텍이 단순히 공대라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같은 공대라고 해도 KAIST는 위에 언급한 것처럼 좀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오고 있다는 점에서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학칙의 정치 활동 금지 조항이다.
제77조(학생활동의 제한) 학생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징계할 수 있다. |
지난해에 '대학의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도록 다소 완화되기는 하였으나 승인이라는 것은 여전히 큰 심리적 저항으로 작용한다.
"대학 입장에서는 승인을 안 해주면 그만 아니냐"라며 "대학 안팎의 비판에 마지못해 생색만 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조항은 우리 대학이 개교한 1986년 경, 군사 정권에 대항하는 집회·시위가 전국 대학가에 만연했기 때문에 시류에 따라 제정된 것으로 보인다.
KAIST를 비롯한 다수의 타 대학에는 이러한 규정이 원래 없었거나 폐지된 지 오래다.
이 문제는 지난 2013년에 단적으로 나타났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 때 국내 많은 대학이 시국선언에 나서면서 우리 대학 총학생회도 시국선언을 할지에 대한 의견을 학우들에게 물었으나, 그 결과는 찬성 43.6%, 반대 47.7%로 팽팽하게 갈렸다.
특히, 반대한 학우 중 45.3%는 학칙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시국선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결국 총학생회는 시국선언을 하지 않았고 이어 '포항공과대학교 평학생 성명 추진 위원회'가 결성되었으나 다시 반대에 부딪혀서 무산되고 말았다.
총학생회가 십수년째 이른바 '비권'이라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운동권'이라는 개념은 현재 거의 사장되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서울 지역 대학들을 비롯해 적지 않은 대학들은 총학생회장 선거에 '운동권'과 '비운동권', '반운동권' 같은 세력이 경선으로 출마해 번갈아가며 집권하고 있다.
운동권 총학생회는 시국선언과 같은 사회적인 움직임에 무척 적극적인데, 우리 대학은 운동권 총학생회가 있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그러한 개념에서 분리되어 있었다.
대학 특성상 다양한 지역 출신의 학생들이 모이는 점과 지리적으로 이슈의 중심인 수도권과 멀리 떨어져 있는 점, 학생수가 적어서 개인적인 의견 표출이 부담스럽다는 점 또한 우리 대학 학생사회가 사회 참여에 소극적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전국적으로 초등학생부터 교수들까지 이념을 가리지 않고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우리 총학생회가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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