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관 앞 지하보도, 일명 '청암 굴다리'에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익명의 대자보가 붙었다. 아래는 전문. ⓒpochun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흐르리라.
- 교육부는 행정예고를 철회하라
지난 12일,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검정제도 하 우리는 다양한 교과서와 다양한 시각으로 한국사를 배워 왔지만 정부는 이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여당 대표는 '좌파 세력이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역사관을 심고 있다'고, 교육부 장관은 '국사는 하나의 권위있는 교과서를 가르쳐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1+1=2나 F=ma와는 달리 역사적 사건의 의의는 바라보는 사람마다 다르지요. 단 한가지 입장으로만 한국사를 외운다면 청소년들의 역사적 사고력은 제한될 것입니다. 어떤 사건에 대한 다양한 생각은 '오답'이 되겠죠. 그리고 독일의 나치, 일본의 군국주의, 우리나라의 유신 정권 때 각 나라는 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여 반정부적 생각을 통제했습니다. 현 정부는 유신정권 시절을 그리워하는 걸까요? 우리의 선배들께서 팔도강산이 붉게 물들 때까지 피 흘려 이룬 민주주의를 감히 무너뜨리는 계획을 발표하다니요. 정부의 다음 발표는 또 무엇을 유신체제로 되돌려놓으려고 할까요?
에이, 별로 관심 없으시다고요? 우리가 사는게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관심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우리의 조부모 세대는 가난으로부터 탈출을,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민주화를 외쳤다면, 우리 세대는 '생존'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이 한 몸 호흡하기 위해 연애, 결혼, 출산 그리고 내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하는 우리 세대입니다. 눈앞을 가리는 과제만 해도 산더미인데, 아이들 교과서까지 관심을 가지면 우린 조금 더 포기해야겠습니다. 미안하지만 그래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관심을 조금만 가져주세요. 포스테키안의 무관심이 청소년들의 알 권리와 사고의 자유를 침해할지도 모릅니다.
교육부와 정부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부는 지금 '헬조선' 젊은이들의 인간다운 생존에 힘써야지, 이념 전쟁을 빚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그들의 역사는 이제 우리가 씁니다. 당신들이 감추려 애쓰는 역사는 지금도 흐르고 있습니다.
2015년 10월 16일, 젊은 공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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